3편에서 요코하마를 구경하고 다시 도쿄로 돌아왔다. 이번 4편에서는 도쿄의 옛 정취가 남아 있는 아사쿠사 센소지로 시작해, 오다이바로 건너가며 식은땀을 뺐던 지하철 에피소드, 그리고 고급스러운 긴자 거리와 도쿄역에서의 저녁 식사까지 꽉 채운 하루 일과를 적어보려 한다.
일본 도쿄에서의 3일차, 아사쿠사 센소지와 오다이바, 긴자 + 도쿄역까지

1. 첫 낫또의 쓴맛, 오니기리로 시작한 아침
어제 너무 많이 걷기도 했고, 둘 다 조금 늦잠을 잤다. 거창하게 아침을 챙겨 먹기엔 시간이 애매해서 숙소 근처 편의점에 들러 오니기리(주먹밥)로 간단히 배를 채우기로 했다. 나는 언제나 무난하고 실패할 일 없는 참치를 골랐고, 같이 간 지인은 호기심에 낫또가 들어간 오니기리를 집어 들었다.
이 낫또 오니기리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지인은 낫또를 살면서 처음 먹어보는 거였는데, 한 입 베어 물자마자 표정이 굳어지더니 도저히 못 먹겠다며 바로 뱉어버렸다. 쿰쿰한 냄새와 특유의 미끈거리는 식감이 영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결국 지인의 아침 식사는 거기서 강제로 끝이 났고, 옆에서 참치 오니기리를 씹어 먹는 나를 부러운 듯 쳐다만 봤다. 일본 편의점 음식은 다 맛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은 조심하는 게 상책인 것 같다.
평범한 일본 편의점 꿀팁
- 낫또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굳이 여행 와서 도전하지 말자. 진짜 입맛만 버릴 수 있다.
- 무난하게 고르고 싶다면 참치(ツナ), 명란(明太子), 연어(鮭) 글자를 기억해 두면 거의 실패가 없다.
2. 옛 도쿄의 모습, 아사쿠사 센소지

아침부터 작은 소동을 겪고 우리가 향한 곳은 그 유명한 아사쿠사 센소지(浅草寺) 였다. 시부야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대략 40~5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센소지는 도쿄 시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절이다. 도쿄 전체가 높은 빌딩 숲인데, 딱 이 구역만 옛날 일본 느낌이 물씬 남아 있어서 관광객들이 엄청 많이 찾는 필수 코스다. 특히 절 입구에 있는 거대한 빨간 등불(카미나리몬)은 거의 도쿄 여행 인증샷의 성지다.

절 입구부터 본당까지 일직선으로 길게 이어진 길을 나카미세 도리라고 부르는데, 길 양옆으로 온갖 전통 기념품 가게와 불량식품, 길거리 간식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당고, 인형 모양 빵(닌교야키), 멜론빵 같은 걸 팔아서 구경하며 걷기 딱 좋다. 우리도 절을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보고 나카미세 도리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 먹었는데 사람 구경, 가게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아사쿠사 참고 정보
- 언제 가도 사람이 붐빈다. 독사진을 건지고 싶다면 가게들이 문 열기 전인 아침 일찍 가는 것도 방법이다.
- 나카미세 도리에서 산 간식은 걸어 다니면서 먹으면 안 되고, 가게 앞 정해진 구역에서 서서 먹고 버려야 한다.

3. 식은땀 줄줄, 그리고 구세주 역무원님 만남

아사쿠사 구경을 마치고, 다음 일정인 오다이바로 넘어가기로 했다. 오다이바로 갈 때 배(수상 버스)를 타는 게 경치도 좋고 재밌다고 해서 수상 버스 정류장을 찾아갔다. 그런데 매표소에 가니 예약을 안 했으면 무려 4시간 뒤에나 탈 수 있다고 하는 거다. 여행에서 4시간은 금쪽같은 시간이라, 미련 없이 돌아 나와서 지하철을 타러 갔다.
근데 여기서 진짜 식은땀 나는 일이 터졌다. 표를 끊으려고 매표기 앞에 섰는데, 기계 화면을 아무리 봐도 오다이바로 가는 버튼이 안 보였다. 노선이 다른 건지, 아예 다른 회사 기계인지 알 턱이 없었고, 그 와중에 뒤로는 현지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점점 줄을 서기 시작해서 진짜 미칠 노릇이었다. 당황해서 얼른 옆으로 빠진 뒤 쪼그만 가이드 책자를 펴놓고 끙끙대고 있었다.
그때 일본인 역무원 한 분이 우리에게 오더니 일본어로 뭐라 말을 걸어왔다. 너무 당황해서 알아듣지도 못한 채 "스미마셍"만 외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역무원이 엄청 또렷한 발음으로 "혹시 한국분이세요?"라며 한국말로 물어보는 게 아닌가. 진짜 깜짝 놀라고 반가운 마음에 한국 분이시냐고 물어보니, 그건 아니고 한국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혼자 연습을 많이 했다는 거다.
덕분에 오다이바 가는 길도 한국어로 속 시원하게 듣고, 나아가 우리가 아이폰 쓰는 걸 보더니 폰으로 대중교통 타는 엄청난 꿀팁까지 알려주셨다. 애플페이에 일본 교통카드인 '파스모(PASMO)'를 깔아서 쓰면 표 살 필요 없이 폰만 찍고 계속 탈 수 있다는 거였다. 심지어 일본어로 된 어플 세팅까지 친절하게 싹 다 해주셨다. 너무너무 고마워서 편의점 음료라도 하나 사드리고 싶었지만, 지하철 탈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갈 길을 재촉해야 했던 게 아직도 아쉽다.
도쿄 지하철 이동 꿀팁 (아이폰 유저)
- 복잡한 매표기에서 씨름할 필요 없이 아이폰 '지갑' 앱에 교통카드인 파스모(Pasmo)나 스이카(Suica)를 추가해 쓰면 아주 편하다.
- 일본 지하철은 운영 회사가 달라서 환승할 때 표를 새로 끊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교통카드가 있으면 알아서 결제되니 헤맬 일이 없다.
4. 오다이바 자유의 여신상, 그리고 절대 못 먹을 야끼소바

천사 역무원님 덕에 무사히 빠져나와 도착한 오다이바는 강물과 바다가 만나는 넓은 인공섬이었다. 우리가 여기에 온 제일 큰 목적은 뜬금없이 세워져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 위해서였다. 막상 가서 보니 도쿄 한복판에 이런 게 있는 게 신기해서 꽤 여러 장 사진을 남겼다.
실컷 걷다 보니 늦은 점심시간이 되어서 배가 무척 고팠다. 그래서 오다이바에 있는 커다란 쇼핑몰인 다이버 시티 도쿄 플라자 안으로 들어갔다. 푸드코트 같은 곳에서 눈에 띄는 야끼소바 비슷하게 생긴 음식을 시켰다. 그런데 아침에 먹은 낫또에 이어 점심까지 완전 대실패였다. 분명 야끼소바처럼 생겼는데 먹어보니 이건 도저히 먹을 수가 없는 맛이었다. 면은 퍽퍽하고 간은 이상하고, 도대체 무슨 음식인지 정체조차 알 수 없었다. 너무 배가 고팠는데도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았다. 오다이바의 이 음식은 당장 머릿속에서 지우고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그렇게 대충 식사를 때운 둥 마는 둥 하고, 소화도 시킬 겸 쇼핑몰을 가볍게 빙빙 돌며 구경하다가 다음 장소인 긴자로 넘어갔다.
5. 번쩍이는 긴자 거리와 아주 비싼 장어덮밥

지하철을 타고 긴자 역에 딱 내리자마자 바로 느껴지는 부위기가 있었다. 한마디로 '와, 동네 진짜 비싸 보인다' 싶었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차도 거의 외제차고, 거리를 따라 이름만 대면 아는 명품 브랜드 매장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시부야가 복잡하고 젊은 느낌이라면 긴자는 뭔가 차분하면서 고급스러운 어른들의 동네 느낌이었다. 딱히 물건을 사지 않아도, 으리으리한 거리를 쭉 걷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긴자 구경을 가볍게 끝내고 오늘 일정의 종착지인 도쿄 역으로 향했다.

도쿄 역은 단순히 열차가 서는 역이 아니라 빨간 벽돌로 지어진 유럽풍의 아주 멋있는 옛날 건물이다. 해가 지고 노란 조명이 켜지면 분위기가 정말 기가 막히다. 우리는 역 건물을 제일 잘 볼 수 있는 벤치에 운 좋게 자리 잡고 앉아 가만히 구경하며 멍을 좀 때렸다.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오늘 하루 아침 점심 다 제대로 못 먹은 나에게 진짜 밥다운 밥을 선물하기 위해 벼르고 벼른 장어덮밥을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브레이크 타임이 꽤나 길어서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저녁 6시 반이 다 되어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인테리어가 진짜 고급스러웠다. 메뉴판을 보니 장어덮밥 가격이 1인당 대충 6만 원 정도 했다. 같이 곁들여 먹을 장어 계란말이도 한 접시에 2만 원쯤이나 했다. 한 끼 밥값으로는 진짜 손떨리는 가격이었지만, 오늘 하루 망친 입맛을 위로하자는 생각에 시원하게 결제했다. 그렇게 비싼 밥을 배불리 밀어 넣고 식당을 나왔다.
하루 일정이 다 끝나고, 역시나 빠지면 섭섭한 동네 편의점에 들러 남은 배를 채울 주전부리를 가득 산 뒤 숙소로 돌아가서 피곤했던 하루를 정리했다.
도쿄 역 및 저녁 외식 꿀팁
- 도쿄 역 앞 광장 벤치에 앉아서 해가 지고 붉은 벽돌에 조명이 들어올 때 구경하는 게 제일 분위기가 좋다.
- 일본의 조금 이름있는 식당들은 점심 장사 후 브레이크 타임을 꽤 길게 가지는 경우가 많으니 가기 전에 구글 지도로 영업시간을 꼭 먼저 보자.
6. 다음 편 예고

낫또로 시작해서 알 수 없는 야끼소바까지, 입맛은 꽤나 고생했지만 친절한 천사 역무원님을 만나 기분이 다 풀렸던 하루였다. 오다이바의 짭여신상과 번쩍거리는 긴자 거리, 멋들어진 도쿄역과 비싼 식사까지 알차게 다녔던 도쿄에서의 일정이 사실상 다 끝났다.
다음 5편에서는 아쉽지만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 3박 4일 일정의 마무리와 공항으로 가는 길
- 이번 도쿄 여행 총평과 기억에 남는 점
금방 끝나는 마지막 5편 귀국 일정도 가볍게 읽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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