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에서 후쿠오카 2일차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5편은 후쿠오카 여행기의 마지막 편이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 중 마지막 날, 체크아웃부터 하카타역 탐방, 기념품 쇼핑, 마지막 식사인 돈카츠, 그리고 후쿠오카 공항에서의 출국까지. 아쉬움 가득했던 여행의 마무리를 풀어보겠다.
아쉬운 첫 해외여행지, 후쿠오카 여행의 마지막 여정
1. 체크아웃, 묵직해진 캐리어와 함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눈을 뜨자마자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하는 아쉬운 마음이 제일 먼저 밀려왔다. 하지만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다.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방을 비워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용했던 침구와 세면도구들을 나름대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일본은 체크아웃 시 방을 깨끗이 정돈하고 나가는 것이 일종의 매너라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었기에, 수건을 한곳에 모아두고 쓰레기도 분리해 놓았다. 그다음은 짐 정리였는데, 이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이틀 동안 텐진과 다이묘, 캐널시티를 돌며 사들인 쇼핑백들이 방 한쪽에 수북이 쌓여 있었고, 거기에 위스키 2병까지 더해지니 캐리어는 올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묵직해져 있었다.
옷 사이사이에 깨지기 쉬운 물건들을 끼워 넣고, 쇼핑백을 하나하나 캐리어 속에 테트리스 하듯 밀어 넣었다. 지퍼를 겨우 닫았을 때의 그 성취감이란.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가 프론트 데스크에서 체크아웃을 마쳤다. 3편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체크인했던 그 프론트인데, 마지막 날에는 왠지 모르게 직원분의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2. 하카타역, 상상 이상의 스케일
귀국 편 비행기가 저녁 시간이었기 때문에 낮 시간 동안 여유가 있었다. 우리는 아직 제대로 가보지 못한 하카타(博多)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텐진에서만 이틀을 보냈으니, 마지막 날은 하카타에서 새로운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숙소 앞에서 택시를 잡아 하카타역까지 이동했다. 택시에서 내려 하카타역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입이 딱 벌어졌다. 하카타역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차역의 개념을 완전히 뛰어넘는 규모였다. 역사(驛舎) 건물 자체가 거대한 데다가, 양쪽 옆으로 AMU 플라자 하카타, 하카타 한큐 백화점, KITTE 하카타 등 대형 쇼핑센터들이 줄줄이 연결되어 있었다. 역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복합 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1편에서 여행 목적지를 정할 때 하카타와 텐진을 놓고 고민했던 이야기를 했었는데, 하카타역을 직접 보니 여기도 충분히 쇼핑의 메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후쿠오카를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하카타 쪽에 숙소를 잡아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동행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카타역 참고 정보
- JR 하카타역은 후쿠오카의 교통 허브로, 신칸센·지하철·버스 등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 AMU 플라자, 한큐 백화점, KITTE 하카타 등 쇼핑센터가 역과 직결되어 있다
- 텐진에서 하카타역까지 지하철로 약 5분, 택시로 약 10분 거리이다
- 역 주변에는 하카타 라멘 골목 등 먹거리 명소도 다수 있다
3. 코인 로커, 500엔의 교훈
하카타역에 도착했지만, 묵직한 캐리어를 끌고 쇼핑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먼저 짐을 맡길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하카타역 곳곳에 코인 로커(コインロッカー) 보관함이 여러 군데 설치되어 있었다. 지상층뿐만 아니라 지하철 역 구내에도 다양한 크기의 보관함이 비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지하철 역 쪽에 있는 코인 로커를 이용하기로 했다. 보관함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캐리어가 들어가는 대형 사이즈는 약 500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용 방법은 빈 칸에 짐을 넣고 동전을 투입하면 열쇠가 잠기는 간단한 방식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주의할 점이 있다. 코인 로커는 한 번 열면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시스템이다. 즉, 깜빡한 물건이 있어서 중간에 한 번 열었다가 다시 넣으면 500엔이 그냥 날아가는 셈이 된다. 우리는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보관함에 넣기 전에 캐리어를 한 번 더 열어 정말 필요한 것들 — 지갑, 여권, 휴대폰, 쇼핑에 쓸 에코백 등 — 을 꼼꼼하게 빼두었다. 불필요한 것들은 모조리 캐리어 안에 집어넣고 신중하게 보관함 문을 닫았다.
그렇게 무거운 짐에서 해방된 우리는 몸이 한결 가벼워진 상태로 하카타역 탐방을 시작할 수 있었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일본 코인 로커 이용 팁
- 소형(300엔), 중형(400엔), 대형(500~700엔) 등 크기별로 요금이 다르다
- 최근에는 교통카드(Suica, ICOCA 등)로 결제 가능한 전자식 로커도 많다
- 관광 성수기에는 인기 장소의 로커가 금방 차니 오전 중에 맡기는 것을 추천한다
- 열쇠나 비밀번호 영수증을 절대 분실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 보관함에 넣기 전에 필요한 물건을 모두 빼두는 것이 핵심이다 (한 번 열면 추가 요금!)
4. 하카타역 기념품 거리, 유혹의 연속
홀가분해진 몸을 이끌고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하카타역 1층에 자리한 기념품 거리였다. 정확히 어느 건물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1층으로 들어서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었다. 일본 각 지역의 특산물과 명과(名菓)들이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었고, 곳곳에서 시식 코너가 운영되고 있었다.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과자인 히요코 만쥬(ひよ子饅頭), 달콤한 딸기를 사용한 각종 디저트, 멘타이코(명란) 맛 센베이, 규슈 한정 과자 세트 등. 상자마다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것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시식도 하나씩 해보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양손에는 기념품 봉투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었다.
원래는 '한두 개만 사자'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눈 앞에 예쁘게 포장된 과자들과 '후쿠오카 한정'이라는 문구를 보니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가족 선물, 직장 동료 선물, 친구 선물… 핑계는 다양했고, 결국 양손 가득 채울 정도로 기념품을 구매하고 말았다. 이미 캐리어는 꽉 차 있었기에 이 짐들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새로운 고민이 되었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후쿠오카 기념품 추천 리스트
- 히요코 만쥬 — 후쿠오카의 대표 명과, 병아리 모양의 귀여운 과자
- 하카타 토리몬 — 버터 풍미가 가득한 만쥬로, 공항·역 어디서든 구매 가능
- 멘타이코(명란) 관련 상품 — 센베이, 소스, 튜브형 등 다양한 형태로 판매
- 규슈 한정 킷캣 — 아마오우 딸기맛 등 지역 한정 맛이 있다
- 대부분의 기념품이 개별 포장되어 있어 나눠주기에 딱 좋다
5. 마지막 식사, 하카타에서 만난 돈카츠의 맛

기념품을 양손 가득 들고 돌아다니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꽤 지나 있었다. 우리는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기 위해 하카타역 쇼핑센터 지하에 있는 식당가로 향했다.
무엇을 먹을지 식당가를 한 바퀴 돌며 고민했다. 라멘, 우동, 카레, 규동 등 선택지가 정말 많았지만, 우리의 최종 선택은 돈카츠(とんかつ)였다. 아직 이번 여행에서 돈카츠를 먹어보지 않았기에, 마지막 식사로 일본식 돈카츠에 도전해 보기로 한 것이다.
식당에 들어가 로스카츠(등심 돈카츠)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트레이 위에 놓인 돈카츠 정식의 비주얼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두툼하게 썰린 돈카츠 위에 빵가루가 고르게 입혀져 황금빛으로 튀겨져 있었고, 옆에는 잘게 썬 양배추 샐러드, 된장국, 밥, 그리고 참깨를 직접 갈아 소스를 만드는 작은 절구가 함께 나왔다.
한 입 베어 물자 바삭한 겉면이 '사각' 소리를 내며 부서졌고, 안쪽의 고기는 두툼하면서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부드러웠다. 직접 간 참깨 소스에 돈카츠를 찍어 먹으니 고소한 풍미가 한층 더해졌다. 이 식당을 이용한 뒤 확실히 느낀 것이 하나 있었다. 일본의 돈카츠 식당들은 굳이 맛집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웬만한 돈카츠 집보다 훨씬 맛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라 진심으로 느낀 소감이다.

밥과 양배추, 된장국이 리필 가능한 곳이 많다는 것도 일본 돈카츠 정식의 큰 매력이다. 우리는 밥을 한 번 더 리필하며 마지막 식사를 아쉬움 없이 마무리했다. 다음에 후쿠오카를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먹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일본 돈카츠 참고 정보
- 로스카츠(등심)와 히레카츠(안심) 중 선택할 수 있으며, 로스카츠가 좀 더 기름기가 있어 풍미가 좋다
- 참깨를 직접 갈아 돈카츠 소스와 섞어 먹는 것이 일본식이다
- 밥, 양배추, 된장국 리필이 무료인 곳이 많으니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 가격은 1인 기준 1,200~2,000엔 선으로 가성비가 뛰어나다
- 유명 체인으로는 '마이센', '와코우', '카츠쿠라' 등이 있다
6. 마지막 쇼핑, 그리고 공항으로
식사를 마친 우리는 남은 시간 동안 하카타역 주변 쇼핑몰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서두르기보다는 눈에 담는다는 마음으로 이 매장 저 매장을 여유롭게 구경했다. 사고 싶은 것들이 아직도 눈에 밟혔지만, 이미 캐리어 용량은 한계에 달해 있었기에 눈으로만 쇼핑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점점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슬슬 공항으로 향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코인 로커에서 캐리어를 다시 꺼내고, 아까 사둔 기념품 봉투들을 이리저리 분배해 들었다. 얼추 짐 정리를 마친 뒤, 우리는 2박 3일간의 후쿠오카 여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후쿠오카 공항으로 가는 택시에 올랐다.
택시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하카타의 거리를 바라보며 '벌써 끝이구나'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박 3일이었지만, 돌아보면 매 순간이 새롭고 즐거웠다. 처음 가보는 해외,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 처음 겪는 에피소드들. 이 모든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7. 후쿠오카 공항, 마지막 면세 쇼핑과 귀국
공항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수하물을 부치는 것이었다. 우리는 에어부산 카운터를 찾아 이동했는데, 카운터 앞에는 이미 엄청나게 긴 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같은 시간대 귀국하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었지만, 그 와중에도 동행과 여행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어찌어찌 순서가 되어 티켓팅을 마치고 수하물도 무사히 부쳤다. 위스키 병이 깨지진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옷 사이에 단단히 감싸 놓은 것을 믿기로 했다. 수속을 마친 뒤 출국장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았는데, 우리는 공항 벤치에 앉아 각자의 방식으로 이번 여행을 되새겼다.
휴대폰 갤러리에 저장된 사진들을 하나씩 넘기며 '여기 재밌었다', '이거 맛있었지'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3일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갈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잠시 감상에 빠져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출국 수속을 밟았다.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 안으로 들어서니 면세점이 기다리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미 쇼핑은 충분히 했지만, 면세점의 유혹은 또 다른 차원이었다. 부족했던(?) 쇼핑을 마저 채우듯 면세점을 한 바퀴 돌며 과자, 화장품 등을 추가로 구매했다. '이 정도면 됐다'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면세 쇼핑까지 마무리했다.
그리고 드디어, 부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륙하는 순간 창밖으로 후쿠오카의 야경이 작게 보였다가 이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이렇게 우리의 첫 해외여행, 후쿠오카 여행이 끝이 났다.

후쿠오카 공항 출국 팁
- 저녁 시간대 귀국편은 수속 대기줄이 상당히 길 수 있으니 최소 2시간 전에는 도착하자
- 위스키 등 액체류는 반드시 위탁 수하물로 — 기내 반입 불가
- 출국장 내 면세점에서 마지막 쇼핑이 가능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기본적인 품목은 있다)
- 면세점에서 구매한 물품은 기내 반입이 가능하니 봉투를 잘 보관하자
- 일본 출국 시 별도의 출국 심사는 자동화 게이트를 이용하면 빠르게 통과할 수 있다
8. 여행을 마치며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각자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아쉬운 마음이 컸다. 2박 3일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짧게 느껴진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처음으로 밟아본 해외 땅, 처음으로 먹어본 본고장의 음식들, 처음으로 겪어본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 모든 순간이 서툴렀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고,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었다.
이 여행기를 1편부터 5편까지 쓰면서 느낀 건,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점점 흐릿해진다는 것이다. 분명 더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고, 더 웃겼던 순간들이 있었을 텐데, 막상 글로 적으려니 떠오르지 않는 것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가능한 한 빨리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도 좋지만, 짧은 메모나 일기 형태로라도 그날그날의 이야기를 적어두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그 순간의 감정까지 생생하게 되살릴 수 있다.
후쿠오카는 첫 해외여행지로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비행시간이 짧아 부담이 없고, 한국어가 통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으며, 먹거리와 쇼핑 모두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거리가 가까워서 '또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도시였다.
그리고 이 여행이 끝남과 동시에, 우리는 귀국함과 동시에 다음 여행 약속을 잡았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음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니까.
9. 다음 시리즈 예고

후쿠오카 여행을 마친 뒤 너무 아쉬운 마음에 곧바로 다음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지는 똑같은 일본이었고, 이번에는 일본의 수도인 도쿄(東京)로 정했다. 후쿠오카가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었다면, 도쿄는 3박 4일로 좀 더 여유 있게 떠났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도쿄 여행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보려 한다.
- 도쿄 여행 준비 과정과 일정 계획
- 시부야, 신주쿠, 아키하바라 등 도쿄의 핫플레이스
- 도쿄에서 만난 맛집과 먹거리
- 후쿠오카와는 또 다른 도쿄만의 매력

후쿠오카 여행기를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음 도쿄 여행기도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첫 해외여행인 후쿠오카 여행 4일차 이야기 (호텔 조식부터 마지막 밤까지의 여정) (0) | 2026.04.04 |
|---|---|
| 후쿠오카 도착, 모츠나베와 텐진 쇼핑 이야기 (1) | 2026.04.03 |
| 본격적인 후쿠오카 입성기 2편 (김해공항 출발 > 후쿠오카 공항 도착) (1) | 2026.04.02 |
| 일본 후쿠오카 여행 이야기 1편 (항공권, 숙소, 준비물) (0) | 2026.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