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편에서는 오사카를 잠시 벗어나 전통의 향기가 가득한 교토에서의 꽉 찬 하루를 다루었다. 헤매고 걷고 또 걷느라 체력은 조금 빠졌지만, 교토의 고즈넉한 풍경과 맛있는 오코노미야끼는 그 모든 피로를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번 3편에서는 다시 오사카의 중심으로 돌아온다. 오사카에서 가장 세련되고 현대적인 동네 우메다의 쇼핑부터 스트릿 패션의 성지 오렌지 스트리트, 그리고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압도적인 야경 명소 하루카스 300 전망대까지.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오사카 시내를 누빈 3일 차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오사카 여행 3일차 우메다와 오렌지 스트리트, 하루카스 300 방문기

1. 우메다 이즈모 루쿠아 — 오픈런을 불사한 장어덮밥의 맛

여행 3일 차 아침. 전날의 강행군 때문인지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우리는 과감하게 호텔 조식을 패스하고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어제 잠깐 맛만 보고 돌아와야 했던 우메다로 다시 가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우리의 목적은 단 하나, 무조건 맛집 오픈 시간에 맞춰 가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가 있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우메다의 대형 쇼핑몰 루쿠아(LUCUA) 지하에 위치한 이즈모(Izumo)라는 식당이었다. 이곳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엄청난 비주얼의 장어덮밥(우나기동)으로 엄청나게 유명한 곳이다. 오픈 전부터 도착해 부지런히 웨이팅 줄에 합류한 덕분에 우리는 꽤 빠른 시간 내에 식당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주문한 장어덮밥이 눈앞에 나타난 순간, 왜 사람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는지 바로 납득이 갔다. 밥 위로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두툼한 계란말이, 그리고 그 위를 덮을 듯이 올라간 커다란 장어 한 마리의 비주얼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젓가락으로 장어를 자르니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찢어졌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짭조름한 타레 소스가 잘 밴 장어를 부드러운 계란, 그리고 밥과 함께 한 입 크게 떠먹으니 극락이 따로 없었다. 아침 겸 점심으로 든든하게 단백질을 꽉 채워 넣으니, 오늘 하루 종일 걸어 다닐 에너지가 단숨에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우메다 이즈모 루쿠아 지하 (Izumo LUCUA) 꿀팁
- 위치: 오사카역/우메다역 루쿠아(LUCUA) 쇼핑몰 지하 2층 푸드홀 내
- 대표 메뉴는 통장어와 대형 우마키(계란말이)가 통째로 올라간 덮밥이다.
- 비주얼뿐만 아니라 맛도 훌륭하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 늦게 가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니, 우리처럼 오픈 시간에 맞춰 일찍 가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2. 카모샵과 미즈노 — 축구인들의 놀이터 우메다

배를 든든히 채웠으니 이제 본격적인 쇼핑 타임이다.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우리들의 방앗간, 카모샵(KAMO) 우메다점이었다. 어제 교토점에서도 샀으면서 여길 또 가냐고 묻는다면 섭섭하다. 지점마다 진열된 아이템이나 한정판이 묘하게 달라서 구경하는 맛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카모샵을 가볍게 털어준 뒤 우리는 근처에 있는 미즈노(Mizuno) 플래그십 스토어로 향했다. 오사카 우메다에 무려 6~7층 정도 되는 건물을 통째로 미즈노 하나만 사용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직접 가보니 건물의 스케일에 입이 떡 벌어졌다. 층별로 런닝, 축구, 야구, 골프 등 스포츠 종목이 꽉꽉 나뉘어 차 있었다. 한 브랜드가 이렇게 거대한 단독 건물을 쓴다니, 확실히 스포츠 용품의 본고장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 층을 꼼꼼히 탐색하며 한국에 없는 장비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3. 일본에서는 위스키가 진리, 킹그램과 캐빈리쿼

스포츠 용품 구경을 마치고 나선 다음 미션은 바로 기념품 사기였다. 주변 지인들에게 줄 선물,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위한 진정한 선물은 바로 위스키였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주류세가 저렴하고 다양한 종류의 술을 구하기 쉬워, 요즘 일본 여행에서 위스키 쇼핑은 필수 코스로 꼽힌다.
우리는 우메다 인근에 있는 유명한 주류 전문점 킹그램(Kingram)과 캐빈리쿼(Cabin Liquor)를 순서대로 방문하며 매의 눈으로 재고를 살폈다. 진열장에 가득 찬 위스키 병들을 보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인기 품목이나 득템하기 좋은 구형 바틀들을 심사숙고 끝에 고른 뒤, 지인과 나 모두 각자 1병씩 기분 좋게 안고 매장을 나섰다.
위스키 쇼핑까지 마치니 시간은 훌쩍 점심시간을 넘겨 있었다. 저녁에 맛있는 걸 먹기 위해, 점심은 지나가는 길에 눈에 띄는 편의점에 들어가 삼각김밥과 샌드위치, 음료수 등으로 빠르고 간단하게 해결했다. 일본 편의점은 퀄리티가 워낙 좋아서 이렇게 때우는 식사도 꽤 훌륭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다시 지하철을 타고 익숙한 우리의 베이스캠프, 난바로 돌아갔다.
오사카 위스키 쇼핑 꿀팁
- 일본에서는 산토리 가쿠빈, 월드 위스키(맥캘란, 발베니 등), 일본 로컬 위스키(야마자키, 히비키 등)를 한국 대비 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 귀국 시 주류 면세 한도는 1인당 2병(총 2L, 미화 400달러 이하)이니 꼭 기억하자.
4. 오렌지 스트리트와 신사이바시 — 쇼핑의 늪에 빠지다
난바로 넘어온 우리가 곧장 직진한 곳은 오사카 쇼핑의 성지라고 불리는 오렌지 스트리트(Orange Street)였다.
이곳은 일본의 청담동 혹은 홍대라고 불릴 만큼 개성 있고 세련된 편집샵들이 몰려 있는 거리다.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슈프림(Supreme), 칼하트(Carhartt) 같은 굵직한 스트릿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아기자기한 세컨핸드(중고/빈티지) 샵들도 여러 군데 눈에 띄었다.
물론 거리에 힙한 옷차림의 사람들도 많고 관광객도 바글바글했지만, 길이 꽤 길고 직선으로 넓게 형성이 되어 있어서 도톤보리 구석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느낌은 아니었다. 여유롭게 매장을 하나하나 훑고 지나가며 구경하기에 참 좋았다.
오렌지 스트리트에서 눈요기를 한 뒤엔 바로 옆에 길게 이어진 신사이바시 스지 상점가로 넘어갔다. 옷가게, 드럭스토어, 잡화점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아케이드 상가를 이리저리 돌아보며 오사카 특유의 상업 도시 분위기를 물씬 느꼈다.
5. 하루카스 300 — 오사카 야경, 영원히 잊지 못할 300미터의 감동

가볍게 상점가를 돌아본 뒤, 우리는 이번 3일 차의 하이라이트이자 여행의 마침표를 장식할 장소로 향했다. 바로 텐노지 인근에 있는 하루카스 300 (Harukas 300) 전망대였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 역에서 조금 걸으니 어마어마한 높이의 아베노 하루카스 건물이 나타났다. 티켓을 끊고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탄 직후 60층에 도달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나도 모르게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상 300미터 높이. 360도로 시원하게 탁 트인 전면 통유리창 너머로 오사카 시내 전체가 발아래에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이전 여행에서 도쿄 전망대도 가봤지만, 이곳은 중앙이 뻥 뚫려 공간 전체가 공중 정원처럼 이어져 있어서 그 웅장함과 개방감이 차원을 달리했다.

노을이 지고 서서히 어둠이 깔리며 오사카 시내에 수천만 개의 조명이 켜지는 과정은 한 편의 영화 같았다. 넋을 잃고 화려한 도심의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그동안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내가 만약 오사카를 다시 묻는다면, 여긴 무조건, 조건 없이 한 번 더 올 것이다. 그만큼 내 여행 인생에서 손꼽히게 강렬하고 잊지 못할 풍경이었다.
야경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우리는 전망대 58층 아래에 마련된 식당가(스카이 가든 300) 야외 데크에 자리를 잡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오사카의 밤거리를 안주 삼아 홀짝이는 시원한 맥주 한 잔.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낭만적인 밤이었다.
하루카스 300 (Abeno Harukas 300) 꿀팁
- 가는 법: 미도스지선 텐노지(Tennoji) 역 하차 후 바로 연결
- 가장 좋은 방문 시간은 해 지기 1시간 전. 밝은 낮 풍경부터 일몰, 그리고 환상적인 야경까지 한 번에 눈에 담을 수 있다.
- 온라인에서 미리 티켓을 구매해 가면 현장 결제 줄을 설 필요 없이 큐알코드만 스캔하고 빠르게 입장할 수 있다. 오사카 필수 방문 코스.
6. 돈키호테에서의 막판 스퍼트 그리고 숙소 복귀
전망대에서의 황홀했던 밤을 뒤로하고 우리는 난바로 돌아왔다. 이대로 자긴 아쉬우니, 여행의 피날레 의식인 돈키호테(Don Quijote)로 직행했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과자, 파스, 동전 고약 등 이것저것 필요한 기념품들을 바구니에 쓸어 담다 보니 어느덧 양손이 무거워졌다. 도톤보리의 메가 돈키호테는 그야말로 전쟁통 같았지만, 그 복작거림 속에서 전리품들을 영수증과 교환하고 나서야 비로소 여행 막바지라는 실감이 났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우리는 후지야 호텔 숙소로 돌아와 지친 다리를 뻗었다.
7. 다음 편 예고
이렇게 오사카 3일 차도 막을 내렸다. 우메다에서의 환상적인 장어덮밥과 알찬 축구·위스키 쇼핑, 내 지갑을 유혹하던 오렌지 스트리트, 그리고 두 번 세 번 다시 가고 싶은 하루카스 300의 황홀한 야경까지.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지만 마음만큼은 가장 꽉 찬 하루였다.
마지막 4편에서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4일 차의 식도락 이야기를 짧게 풀어보려 한다.
- 일본 라멘의 대명사, 이치란 라멘 본점 방문기
- 도톤보리 지박령이라는 소문을 가진 또 다른 유명 라멘 맛집과의 솔직한 두 가지 맛 비교
- 아쉬움을 뒤로하고 공항으로 돌아서는 복귀 파이널 이야기
오사카 여행기가 궁금한 분들은 마지막 편도 기분 좋게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일본 오사카 2일차. 교토 아라시야마와 청수사 다녀온 후기 (3) | 2026.04.14 |
|---|---|
| 일본의 제 2의 수도, 오사카 여행 이야기 1편 (2) | 2026.04.12 |
| 도쿄에서의 3박 4일 여정 마무리, 다시 김해공항으로 복귀 (0) | 2026.04.09 |
| 일본 도쿄에서의 3일차, 아사쿠사 센소지와 오다이바, 긴자 + 도쿄역까지 (0) | 2026.04.08 |
| 도쿄 인근 도시, 요코하마 방문기 - 건담 팩토리, 라멘 박물관, 차이나타운까지 (0) | 2026.04.08 |